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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생명사랑' 상담원 소식지(표지글)

작성일 22-04-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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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씩 알아가는 시간



                                                                                                                                                                                                                       이수훈(44)


안녕하세요, 저는 44기 이수훈입니다. 이제 막 상담봉사를 시작한,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고 모자라며 많은 것이 애매한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막상 글을 쓰려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저를 소개하면서 짧은 기간 상담봉사하며 느낀 것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를 애매한이라고 표현한 것은 나이가 많은 것도 적은 것도 아닌 30대 후반, 그리고 불안정한 직업과 미래 때문입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키우고 있지만, 뒤늦게 상담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하였고, 직장은 안정적이지도 않고 비전도 알 수 없는 대학교 연구원입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이런 삶을 살게 된 큰 이유는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자신을 알고 싶었으면, 일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무 연고 없는 부산에까지 와서 이렇고 살고 있는지. 자신을 찾는 일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만한 희생이 필요한 것인지, 헛웃음이 나곤 합니다.

상담을 배우고 봉사하면서 느낀 것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저 같은 사람처럼, 어떤 이에게는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일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아직도 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모를 때가 많습니다. 도대체 왜 나는 이런 사고 체계를 갖게 된 건지, 뭐가 그렇게 불만인지, 불안한지, 알 듯 모를 듯합니다. 나 자신도, 상담도 그런 것 같습니다. 배울 때는 아는 것 같았지만, 막상 해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나름대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것이 지금 제가 느끼는 상담인 것 같습니다. 하나씩 알아가는 것. 하지만 알았다가도 깨지고, 다시 알아가는 것. 그렇게 하나하나 깨닫는 것 중 감사한 것은 나름 인생을 살아가며 이것저것 경험하며 느껴본 감정들이 상담 장면에서 느껴질 때 참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내담자들의 불쾌하고 힘든 경험들, 비합리적 생각들, 부풀어진 감정들이 이해되고 말할 수 있을 때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는 위로의 말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라고 느낄 때도 있습니다. 나를 알아가듯, 내담자도 그렇게 알아가는 거겠지요. 때론 너무 멀리 가버린 내담자들을 볼 때면 막막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어떤 위로의 말도, 공감의 말도 듣지 않고 화만 내거나 오로지 자신의 이야기만을 하는 내담자들을 볼 때면 이런 얘기를 들어줄 사람조차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내 안에도 그러한 모습들을 보곤 합니다. 이런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애쓰는 선생님들과 이 전화봉사 자리가 참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담공부를 하고 이렇게 봉사하며 느끼는 여러 가지 것들이, 단순 활동으로 끝나지 않고 생각보다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 감사합니다. 이 활동만으로도 상담 공부한 것이 헛되지 않다고 느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많은 선생님이 각자의 생각과 결단으로 오랜 시간 이 자리를 채워주셨음에 감탄합니다. 저 또한 선생님들처럼 묵묵히 그 자리를 채우고 싶습니다.

 


임상병리를 전공하셨고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수훈 선생님은 영화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 아빠로

이쁜 첫째 딸이 있으며 곧 둘째가 태어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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