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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사랑회지

2021년 7월 '생명사랑'_상담원 소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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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339회 작성일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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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우는 아이의 전화를 받았어요




권소영(43기 상담원) 


생명의 전화 43기 봉사자 권소영입니다. 선배님들에게는 부끄럽지만 몇 달 안 되는 전화 상담 봉사를 하면서 이 봉사에 대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되풀이되는 상담 전화를 받으며 그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주고 같이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도 당시는 알겠다고 하지만, 다음에 봉사를 가보면 그동안도 똑같은 문제로 다시 전화했던 것을 보면서 이 봉사에 대한 회의감이 들고 의미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저의 고민을 문갑수 실장님에게 말씀드렸고, 실장님은 되풀이 전화를 받지 말라고 더 급하고 절실한 상담이 올 수 있으니 그런 전화 상담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했던 날은 한통의 전화 상담도 할 수 없었고 정말 받을만한 전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저의 고민은 더 깊어져만 갔습니다.  

   또 봉사의 날이 되었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상담실에 갔고 피곤한 몸으로 책상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그냥 가겠구나.... 나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할 일도, 해야 할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너무 많은데. 시간이 아깝다. ”

역시 같은 내용의 상담 전화가 계속 울렸습니다. 그러던 중 기록이 없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벨이 두 번 울리는데 그냥 받았습니다. 전화자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서럽게 울기만 했습니다. 잠시 후 전화자는 자신이 중학교 1학년생이고, 조금 전 부모님이 이혼하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되어 지금 자살하려고 나왔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너무 놀랐고 112에 신고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전에 수업에서 배운 대로 정확히 다시 자살하고 싶다고 했냐? 라고 묻고 어디에 있는지도 확인했습니다. 그러니 집 근처 공원에 있으며 인터넷에 자살하는 방법을 조회(“죽는 방법”)하니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라는 문구만 보인다며 아이는 또 울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떻게 여기로 이 아이가 전화할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서 물었더니 학교에서 자살 예방 교육 수업이 있었는데 그때 이 번호를 들어서 알게 되었고 이 전화를 하기까지 10분을 핸드폰을 잡고 고민했다고 해서 전화해 줘서 고맙다고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자살위기 신고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정을 할 수 없었는데 아이가 오늘 차에 받혀 죽으려고 눈을 감고 차도를 걷는 시도를 했다는 말을 듣고 이제는 신고를 주저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112에 문자를 보냈습니다. 잠시 후 경찰에게 전화가 왔기에 저는 아이에게 목이 너무 말라 물 좀 마시고 올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경찰과 통화를 한 뒤 다시 아이와 상담을 이어가던 중 전화가 갑자기 끊어졌습니다. 조금 후 경찰이 사무실로 찾아왔고 아이의 위치 추적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내가 그때 다른 되풀이 전화를 받지 않고 그 아이의 전화를 받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또 학교에서 하는 생명존중 자살예방프로그램을 포함해 생명의 전화가 하는 여러 활동이 당시는 효과가 없어 보이지만 결국은 그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사실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저를 반갑게 맞아 주는 두 아이의 밝은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아이는 이렇게 행복하게 잘 있는데... 그 아이는 집에 잘 갔을까? 혹시 이 신고로 아이가 부모님께 혼나면 어쩌지? 또 자살을 시도하거나 정말 죽으면. 제발 그 아이를 지켜 달라고 신에게 기도했습니다


권소영선생님은 코로나시기에 제일 큰 변화를 맞이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바쁜 와중에도 43기 교육을 수료하시고

퇴근 후 4교대봉사를 하고 계시는 소중한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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