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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생명사랑 상담원 소식지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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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62회 작성일 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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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위기전화 상담 그후...]

'자살위기전화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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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42기 상담원) 



 사회복지사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 상담기술은 피할 수 없는 도전 과제이다. 클라이언트의 개인력, 가족력, 경제력 등 다양한 부분을 사정하고, 개입하며, 종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상담을 거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나는 현장에서 상담역량에 대한 한계를 느꼈고, 집중적으로 상담공부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상담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이런 저런 자원을 탐색해 보던 중 부산생명의전화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관에 대한 신뢰를 쌓아갔고 2019년 봄, 고대하던 시민상담교실을 신청하게 되었다. 수업 과정에서 새로운 내용을 알아갈 때마다 늘 설렜고, 힘든 과정이었음에도 함께한 동기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수료할 수 있었다.

 2019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상담봉사원으로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경청’은 늘 자신 있다고 자부했었는데, 전화상담에서 내가 내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내담자 말에 언어적인 반응이 잘 되지 않아 가끔씩 내담자가 이야기를 하다가도 ‘여보세요’라고 묻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눈 맞춤도 없고, 고개 끄덕임도 없고, 진심을 다해 지지하고 있다는 표정도 보여줄 수 없어 답답한 면도 있었다. 또 나라는 사람이 상담에서 비언어적 표현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상담을 거듭하면서 나에 대해 알아가고, 내담자를 통해 배워가면서 긴장만 가득했던 전화상담 부스가 약간은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처럼 나는 전화벨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태 계속전화자 위주로 상담했었는데 생소하게도 그 전화는 이전 상담이력이 한 건 밖에 없었다. 궁금해진 마음에 수화기를 들었다. 항상 그렇듯 ‘네, 생명의 전화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후 나에게 돌아온 대답은 ‘아까 저랑 상담하신 분 맞나요? 저 죽고 싶어요, 저 그냥 죽을래요.’였다. 나른한 오후에 나에게 찾아오던 졸음을 쫓아낸 한 마디였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 안 되겠다 싶어 우선 내담자가 처한 상황을 파악해보니 아파트 베란다 난간에 서 있다고, 그냥 이대로 죽겠다는 메시지만 반복했다. 정말 그 곳에 더 있다가는 내담자가 다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안전한 곳으로 내려와 통화를 하자고 거듭 제안했다. 그리고 큰 사고가 일어날까봐 내가 불안하다는 것도 내담자에게 알렸다. 이후 내담자가 왜 자살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상담이 이루어졌다.

 전반적으로 부모의 긍정적인 지지가 많이 결핍되어 있는 내담자였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내담자의 거주지, 전화번호를 받아두었다. 당시에는 내담자에 대한 이해보다도 무조건 자살사고부터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자살하게 되었을 때 주변에서 일어날 부정적인 반응(남아있는 주변인들의 상실감, 허망함 등)에 대해서만 주입식으로 이야기했다. 아마 내담자가 처한 상황에서 내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은 눈곱만큼도 와 닿지 않았으리라.

 내담자는 기분 나빠하는 태도로 갑작스럽게 통화를 종료했다. 내담자에게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불안해진 마음에 다급히 112버튼을 눌렀다. 이대로 통화하면 횡설수설할 것 같아 상담부스 안에 비치된 자살신고 문자를 활용했다. 이후 내담자의 번호로 위치추적이 되었고 소방출동, 경찰출동 문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최종 내담자 안전 확인과 더불어 정신병원 응급입원 조치가 이루어졌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손에 땀을 쥐도록 긴장됐던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이번 자살위기 상담에 대한 대처로 가장 도움이 됐던 경험은 지난 번 자살위기 전화에 능수능란하게 대처해 칭찬을 받았던 한 선배기수의 상담사례연구모임이었다. 이 글을 빌려 그 선배님께 감사함을 전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자살위기전화는 언제든 나에게 찾아올 수 있다는 것에 유념하였으며, 끊임없이 나를 점검하고 성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추후에도 지속적인 상담활동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자원봉사를 통해 도움을 주시다가 2019년 42기 상담교실을
수료하시고 온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시는 예쁘고 씩씩한 선생님입니다.
기관에서 하는 여러 교육을 들으며, 계속적으로 자기성장을 하고 계신
선생님의 열정과 의지에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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