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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자살 청소년 예방교육]어느 여학생의 쪽지와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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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342회 작성일 2009-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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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청소년 예방교육을 듣고 드리는 말씀

선생님의 좋은 가르침 참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이 강의를 듣기 전에 저는 선생님께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왜 ㅠㅠ 청소년들이 자살을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생명의 존엄성을 몰라서?, 그냥 충동적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 자기만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이기적인 그 생각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단지 저희들에게 생명의 존엄성을 경각해시고,
그 순간만 넘기면 될꺼라구요?...
글쎄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무지막지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적에 의해서 세상에서의 현 위치가 정해지지요.
그리고 지금 현 사회의 경쟁에선 조금이라도 실패자를 만들려 애쓰지요.
우리에게, 막다른 길로 내모는 이 힘이 무엇인가요?
현실의 경쟁체제이지요. 그런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고
부수적으로 내가 죽은 후 친구들이 슬퍼하는 동영상, 부모님이 슬퍼하는 모습..
저희 그런 건 당연히 압니다.
보고 있으면 화가 납니다.
왜 그런지 근본 이유는 알려고 조차 하지 않고
그냥 자살하는 사람의 태도만 지적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만약 교육청에서 오셨다면 이렇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이런... 보다는 저희 학생 모두를 이끌어가려는 교육정책의 마련이 더 필요하고 원합니다. 기분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이 말씀을 교육청에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저로 인해 기분이 심란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2009. 6.**
**여고 여학생의 쪽지

**에게 보내는 답글.

**에게
수줍게 다가와 쪽지를 건네고 총총히 가는 네게 이름조차 물어보지 못할 만큼 선생님은 순간 당황했었단다. 메모지에 연필로 다급하게 쓴 너의 편지는 글씨만큼 절실하게 느껴졌다.
강의를 듣는 한 시간 동안 바닥에 앉아 불편했을 자세만큼 너의 마음도 불편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은 미안한 마음이 드는구나.
아마도 너와 같은 생각을 했을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학년도 이름도 모르는 너에게 이렇게 답장을 써 본다.

나는 부산생명의전화에서 생명존중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상담선생님이란다. 네가 나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뜻은 청소년 자살을 막고자 애쓰는 교육관계자나 전문상담가 선생님들에게 꼭 전달을 해서 함께 고민할 것을 약속하마.
선생님도 너희들이 자신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아서 또는 너무 나약해서 그렇게 쉽게 충동적으로 자살을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선생님도 이런 자살예방교육이 얼마나 너희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을지 늘 고민하면서 너희들 앞에 선단다. 너의 말처럼 너희를 죽음으로 내모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자살을 한 개인의 문제로 다룬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이 아마 너를 화나게 했을 것이고...
마음껏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아닌, 성적으로 줄을 세우는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에 너희들이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그래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이 현실이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청소년의 자녀를 둔 엄마로서 나도 너무 가슴 아프고 안타깝단다. 그것이 내가 지금 이 일을 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또 많은 어른들이 너희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OECD국가 중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고 하는보고서를 보면서 행복하지 않은 청소년이 많고, 자살하는 청소년이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해 본다. 하지만, 걱정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지... 너희에게 약속할 수 있는 것은 나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은 너희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할 것이고 또 반드시 그런 사회가 꼭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단다. 선생님 세대가 할 수 없다면 너희가 어른이 되어 이루면 되지 않겠니?

**야!
바다에 파도가 없을 수 없다면 그저 파도가 없어지길 기도하기 보다는 파도를 타는 법을 익혀야 하지 않겠니? 학업과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 경쟁하게 하는 우리사회가 분명 청소년 자살의 중대한 원인이긴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위기가 있고 정말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이 있단다. 그러나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고통 없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이기고 거기서 일어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단다. 위기는 위험한 때이지만 잘 넘긴다면 고통스러운 삶의 문제에 대처하는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단다. 지금 네 앞에 놓인 현실이 너무 힘들어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잘 극복해 보지 않겠니?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전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너이기에 잘 이겨낼 것이라 믿는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자신의 자살 생각을 제일 먼저 털어놓는 상대로 친구라고 했단다. 지금 이 사회가 너희들에게 친구조차 경쟁상대로 만들었지만 그래도 서로 아픔을 나누고 격려하면서 서로의 생명지킴이가 되어주어야 하지 않겠니? 강의때 선생님이 말한 것처럼 혼자 이겨내기 힘들 때 도와줄 사람을 찾기를 바란다. 생명의전화 홈페이지 사이버상담실에 글을 올리면 언제든지 네게 힘이 되는 답글을 받을 수 있고 청소년 상담실에 전화를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단다. 혹시 주변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이 편지가 흡족하지 않지만 너의 답답함에 조금이라도 답이 되었기를 바란다.
안녕...

부산생명의전화 생명존중지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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